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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왕초보와 이규현의 미술이야기 (5)추상화란?

by 햇님이 마미 2012. 3. 30.

 

 

추상화란?

 

 

 

왕초보와 이규현의 미술이야기는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 왕초보씨와 미술평론가 이규현이 나누는 대화형식으로 쓴 미술 에세이입니다.


 

 

 

 

왕초보: 국세청 로비 의혹으로 한동안 이슈에 올랐던 최욱경의 그림 학동마을을 보니, 역시 그림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은 왜 이렇게 무엇을 그린 것인지 통 알 수가 없는 게 많을까요? 추상화라서 그런가요?

 

이규현: , 최욱경(1940~1985)은 여성 화가로는 드물게 서양미술의 추상표현주의를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추상표현주의는 미국에서 1940년대 말부터 시작해 크게 인기를 끈 화풍이지요. 강렬한 색깔과 붓질로 작가의 내면감정을 격렬하게 표현해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자유분방한 화풍을 대변했습니다. 최욱경은 그런 화풍을 받아들였던 화가이니, 비록 학동마을이라는 구체적인 제목을 달고 있어도, 그림의 목적이 구체적 형상을 재현하는 게 아니었지요. 그러니 관객이 보았을 때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게 당연해요.

 

 

 

최욱경 ‘학동마을’(38X45.5cm, 1984)

왕초보: 사실 전 추상화가 뭔지도 모르겠어요. 추상화가들은 왜 그림을 그렇게 그리는 거죠?

 

이규현: 추상화가 뭔지 이해하기 위해, 반대개념인 구상화(具象畵)에 대해 알아볼까요? 구상화를 영어로 표현할 때엔 형태라는 뜻의 ‘figure’의 형용사형을 써서 ‘figurative’ 라고 하거나, ‘표현하다는 뜻의 동사인 ‘represent’의 형용사형을 써서 ‘representative’ 라고 써요. , 구체적인 형상(모델)을 염두에 두고 그려서,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아 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지요. 추상화는 이와 반대이니, 어떤 구체적 형상을 재현한 게 아니라는 뜻이지요.

 

왕초보: 그럼 추상화가들은 처음부터 아무 형태도 의도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그리는 화가들이라는 말인가요?

 

이규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현 이중섭미술관 명예관장)의 저서 이야기 한국현대미술·한국현대미술 이야기’(정우사)에서 찾을 수 있

어요.

 

 

오 관장은 한국 화가들을 예로 들어 추상미술 화가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눴어요. 우선 그린 스타일로 볼 때 초기부터 아예 기하학적인 도형, 즉 직선, 곡선, 사각형, 삼각형, 원과 같은 요소들로만 그린 사람이 있어요. 편의상 원래 추상화가라고 이름 붙여 봅시다. 그리고 초기엔 구상화에서 시작해 작가의 스타일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형상을 지워나간 화가들이 있지요. 편의상 점점 추상화가라고 불러 볼까요? 유영국 같은 화가는 처음부터 기하학적 도형만으로 풍경을

나무의 형상을 알 수 있는 몬드리안의 1911년 작품(위)과 그의 대표적 추상화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아래, 1943년작)

그린 화가니까 원래 추상화가라 할 수 있지요. 그런가 하면 한국 추상화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환기는 산, , 항아리 등 구체적 형상을 그리다가 점점 형상을 지워나간 점점 추상화가예요.
서양에서 추상화 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몬드리안(1872~1944) 같은 경우에도 점점 추상화가지요. 교과서에 나오는 몬드리안의 대표작들은 수직과 수평의 선만으로 그려진 완전 추상화이지만, 그의 초기 작품은 형태를 알아 볼 수 있는 반추상화랍니다. 그 역시 점점 형상을 지워나가 나중엔 선과 면만 남은 것이지요.

 

 

왕초보: 아무리 추상화가들이 구체적 형태를 재현한 게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도, 추상화를 보면 뭘 그린 거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이규현: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거예요. 누구나 추상화 앞에서 이 건 뭘 그린거지?” 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원래 추상화가들은 원래 처음부터 무엇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게 아니고, ‘점점 추상화가들은 머릿속에 뭔가를 생각하며 그렸다 해도 형상을 지워버렸기 때문에 관객이 뭘 그린 것인지 맞히기란 수수께끼보다 어렵고, 그러니 어떤 종류의 추상화든 그 앞에서 뭘 그린 건지 맞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유명한 추상화가 칸딘스키(1866~1944)캠벨씨를 위해 No. 2’라는 그림을 보실래요? 이 그림을 보면 뭐가 보이세요?

  

 

칸딘스키 ‘캠벨씨를 위해 No. 2’ (1914)

왕초보: 글쎄요. ? 무지개? 사람 눈? 도대체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 게 없네. , 정말 뭘 그린 거죠?

 

이규현: 뭘 그린 게 아니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자유로운 붓질과 온갖 찬란한 색깔은 분명히 누구의 눈에나 똑같이 들어올 거예요. 그렇죠?

 

왕초보: , 그건 분명히 보여요.

 

이규현: 그런 게 바로 그림의 원천 요소 아니겠어요? 칸딘스키는 1913년에 추상화(nonobjective art)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 , , 재료 등 그림의 원천 요소에만 집중을 했지요. 그는 그림은 분위기(mood)를 나타내는 것이지 물체(object)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라고 했어요. 물체, 즉 미술용어로는 오브제(object)를 그린 게 아니기 때문에 ‘nonobjective art’ 라 하는 것이지요. 만일 화가가 꽃이나 여인을 그렸다면, 관객은 그림을 보면서 그 꽃과 그 여인을 보게 되겠지요. 하지만 화가가 특별히 재현한 모델이 없을 때 관객은 어쩔 수 없이 화가가 사용한 색깔, 물감, 붓 자국 등만 보게 돼요. 이런 걸 어려운 말로 물성(物性)이라 하는데, 이런 물성을 보여주는 게 추상화가들의 목적이라 생각하면 머리가 덜 아플 거예요. 다시 오광수 관장의 저서로 돌아가 보지요. 오 관장은 순수한 조형 요소만으로 나름의 질서와 조직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게 추상미술이라고 설명합니다. “나무와 시멘트와 돌과 같은 재료들이 의해 건축이 이루어지듯이, 사각이나 원이나 선 같은 조형요소들에 의해 회화가 이루어진 게 추상회화다라고 했는데, 이 말을 들으면 좀 이해가 되지 않으세요?

 

왕초보: 그 말은 이해하겠는데요, , 역시 예술의 경지는 높고 높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규현: 건축이나 패션은 어떤 대상을 재현하지 않더라도 순수하게 색깔과 재료만으로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인정 받잖아요. 추상미술 역시 미술의 원천재료인 점, , , 색깔만으로 독립된 작품이 이뤄지는 셈이지요.

 

 

 

 

 

 

 

<왕초보와 이규현의 미술이야기>http://www.artpoli.com

이 글은 '아트폴리' 제공으로 '하이카다이렉트 웹진'에 연재되는 <왕초보와 이규현의 미술이야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성안미술관
글쓴이 : 성안미술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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